대학농구리그는
아무래도 4학년 중심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기 위해선 4학년이 마지막 불꽃 같은
열정을 불태운다. 명지대도 지난해 4학년들에게 출전 기회를 많이 줬다. 정의엽과 이동희가 돋보였다.
3학년임에도
눈길을 사로잡은 선수도 있다. 꾸준하게 두 자리 득점을 올린 이도헌(187cm, G)과 송기찬(188cm, F)이 그랬다.
1,2학년 때까지 전혀 두드러지지 않았던 선수들이기에 4학년 때 얼마나 더 성장했을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 중에 이도헌은 2016년 입학해 2학년까지 마친 뒤 2018년에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다. 학번을 따지면 지난해 4학년이었지만, 3학년으로 코트를 밟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이도헌은 전화통화에서 “조성원 감독님께서 선수 구성을 이야기 하시면서 휴학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다. 고민 끝에 어쩌면 기회일 수 있어서 믿고 따랐다”며 “휴학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당황했는데 동계훈련도 같이 하고,
새벽훈련도 하면서 몸 관리를 하며 처지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2018년을 쉰 이유를 설명했다.
송기찬은 “(이도헌은) 빠르고, 볼 핸들링도 좋고, 슛도 좋고, 2대2 플레이도 잘하는 등 전체적인 능력이 모두 뛰어나다. 제일 형이라서 경기를 뛸 때 이야기도 많이 해준다”고 이도헌의 장점을 들려줬다.
이도헌도
“슛이 장점이다. 패스와 리딩 능력이 있고, 스피드도 좋다”고 스스로 장점을 늘어놓았다. 다만, 간혹 엉뚱한 플레이를 할 때가
있다. LG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조성원 감독은 지난 동계훈련을 마친 뒤 “기대를 한다”면서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편이다.
이번 전지훈련 때 그런 모습을 보여서 따끔하게 질책하며 혼냈다. 미래를 보고 가는 게 낫다”고 했다. 이도헌의 기량을
인정하면서도 분명한 단점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송기찬은 “경기 때 한
번씩 느꼈다. 이도헌 형이 우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형도 알고, 감독님도 고쳐야 한다고 하셨다”며 “단점이 한 번에 바뀌기 쉽지
않은데 이번에 준비하며 많이 바뀌고 있다”고 이도헌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도헌도 “맞는 말인 거 같다. 제가 제 경기를 봤을 때 그런 생각이 든다”며 “팀을 위해서 뛰어야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던 거 같다.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후배들이 생각할 거다”고 스스로 단점을 인정했다.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달리 나 홀로 플레이를 펼칠 때가 있는 이도헌이지만, 이를 잘 다듬으면 오히려 수동적이고, 슛을 주저하는 선수보다 더 매력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이도헌은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준 지난해
대학농구리그를 언급하자 “오랜만에 뛰다 보니까 긴장이 되었다. 제가 연습했던 것도 못 하고, 아쉬움도 남는다”며 “고려대나
단국대와 경기까지 자신있게 했는데 그 이후 잘 안 풀려서 상심했다”고 기억했다.
이도헌은 대학농구리그 개막 후 2경기와 여름방학이 지난 뒤 첫 3경기에서 한 자리 득점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그 이후에는 경기감각을 찾아 두 자리 득점을 올렸다.
연세대와
경기에서 7점에 그친 건 아쉽지만, 고려대와 단국대(이상 2경기), 성균관대, 중앙대 등 명지대보다 확실히 전력이 좋은 팀을
상대로 평균 21.0점 6.0리바운드 5.0어시스트 2.0스틸 3점슛 성공률 34.9%(15/43)를 기록한 걸 주목해야 한다.
자신의 시즌 평균보다 더 나은 기록을 남겼다. 3점슛 성공률이 0.6% 떨어지지만, 대신 3점슛 평균 0.7(2.5-1.8)개 더
많이 넣었다.
송기찬은 조성원 감독을 만난 뒤 약점이었던 3점슛 능력을 장점으로
만들었다. 이도헌은 스스로 슛이 장점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대학농구리그에서 송기찬은 9.1개, 이도헌은 5.1개의
3점슛을 던졌다. 성공률도 29.0%의 송기찬보다 35.5%의 이도헌이 더 높다. 3점슛 시도를 적극 주문하는 명지대에서 이도헌이
송기찬보다 3점슛 시도가 적은 게 특이하다.
이도헌은 “슛이 안 들어가면 안 쏘게
된다. 몇 경기에선 자신있게 못 던졌다. 원래는 펑펑 던진다”고 했다. 이도헌은 지난해 4월 26일 고려대와 경기에서 16개의
3점슛을 시도(5개 성공)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 최다 8개의 3점슛을 던졌다.
이도헌은 출중한 기량을 갖추고 있는 건 분명하다. 간혹 나오는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를 고친다면 더욱 매력적인 선수가 될 것이다.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려면 3학년 때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한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