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대의 MBC배 우승은 허투루 이뤄진 게 아니었다. 중앙대가 후반기 첫 경기에서 경희대를 꺾고 후반기 스타트를 산뜻하게 끊었다.
지난 7월 상주에서 열린 제41회 MBC배 대학농구상주대회, 윤호영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중앙대는 고찬유의 활약 속에 고려대와 연세대를 무너뜨리고 오세근 시대 이후 15년 만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일각에서는 중앙대의 우승을 두고 ‘빈집털이 우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주축 선수들이 유니버시아드 대회 차출로 인해 빠진 가운데 거둔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MBC배 우승 이후 약 한달 반만에 치르는 첫 실전 경기. 우승 이후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법 했지만, 중앙대는 MBC배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그대로 이어갔다. 오히려 공수 조직력은 MBC배 때보다 더 견고해진 느낌까지 들게 했다.
비록 한 경기에 불과한데다 상대 주축 선수 2명이 빠졌지만, 이 정도 경기력이면 충분히 풀 전력의 연고대를 상대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
1쿼터부터 중앙대가 리드를 잡았다. 내외곽 조화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경희대가 초반부터 3-2지역방어를 들고 나왔지만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정세영이 1쿼터에 3점슛 2개를 터트리며 경희대 외곽 수비를 무너트렸다.
서지우의 골밑 장악력도 엄청났다. 1쿼터부터 서지우는 자신의 큰 키와 저돌적인 움직임을 통해 9점을 쓸어담으며 골밑을 제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다.
중앙대는 정세영과 서지우 외에도 주전, 벤치할 것 없이 경희대 수비를 제 집 드나들 듯 했다. 패스 몇 번이면 외곽에서 찬스가 났고 중앙대 선수들은 쉽게쉽게 득점했다.
2쿼터에는 에이스 고찬유가 속공, 돌파 등 팀 공격 전반에 나서며 리드를 이끌었다. 고찬유는 자기 공격만 보지 않았다. 볼 핸들러로 나설 때, 템포 조절에 신경 썼고 패스워크로 볼의 흐름을 살리는 등 팀 플레이에도 주력했다. 수비에서도 모든 팀원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상대 공격수들에게 틈을 주지 않았다.
후반 3, 4쿼터도 흐름은 비슷했다. 공수 조직력이 전반만큼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꾸역꾸역 리드를 유지한 중앙대였다. 중앙대는 3쿼터에 20점을 넣는 사이 16실점만 하며 멀찍이 달아났다.
4쿼터 초반이 되자 중앙대는 20점 차 이상까지 달아났다. 이경민과 고찬유, 서지우, 정세영에 진현민까지 득점에 가세하며 경희대 수비를 두드렸다. 시종일관 중앙대의 흐름이 이어졌고 결국 경희대에 79-62 승리를 거뒀다.
고찬유(21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와 서지우(15점 5리바운드 2블록슛), 정세영(14점 3점슛 4개)이 완벽한 삼각편대 역할을 해냈다. 이경민(15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도 고르게 활약하며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승리로 중앙대는 시즌 8승(4패) 째를 거두며 공동 4위에서 공동 3위로 뛰어올랐다. 경희대는 6승 6패로 6위를 유지했다.